내 고향은 폐항
너무 가난해서 보여 줄 것은 노을 뿐이네.
노을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모를 상념에 잠기곤 합니다.
이준익 감독은
노을이라는 단어를 통해
노을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아련한...
때론 텅 빈 마음을 채워주며
가슴을 비집고 훅 들어오는
고향을 떠올리게 합니다.
무명 래퍼인 학수에게
고향인 변산은
불행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얼룩진
다신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곳입니다.
그렇다고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의 무명 래퍼의 삶 또한
녹록지 않습니다.
삶에 가둬진 어두움을
랩을 통해 쏟아냅니다.
학수 역의 박정민이 직접 랩도 하고
랩 작사까지 했다고 하는데요.
정말 세상 열심인 젊은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의 입원 소식을 듣고
어쩔 수 없이 고향인 변산으로
돌아온 학수.
그 소식을 전한 사람은
다름 아닌 학수를 짝사랑하던 선미.
약간은 과장되면서도 익살스러운
사투리가 오가는 장면들 속엔
고향의 구수함과 유쾌함이
느껴졌어요.
뭐, 물론 학수는 사투리조차도
잊고 싶어 했지만요.
첫사랑이란,
많은 것을 바꿔놓을 수 있는
일종의 연금술 같은 것이 있나 봐요.
선미의 첫사랑 학수는
선미를 노을 마니아로 만들고
노을 마니아란 책을 쓴
작가로 만들었거든요.
마찬가지로
학수 또한 선미의 첫사랑을 확인하면서
많은 것이 변합니다.
학수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하시다면,
영화 변산을 통해 꼭 확인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는 저를
누군가 봤다면
조울증 환자가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킬킬거리다가, 꺼억꺼억 울다가
코 풀며 또 웃다가
또다시 눈물 주르륵ㅠ
절 이렇게 만든 감독이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그 유명한 '왕의 남자'의 감독이기도 했고
황산벌의 유쾌함 또한 만들어냈던
이준익 영화감독이었더군뇨.
저를 123분 동안
울고 웃게 만든 감독이시네요ㅋㅋ
오랜만에 시원하게
눈물과 웃음을 뽑아냈더니
스트레스가 좀 풀리는 듯했어요.
눈물의 포인트는
아무래도 가족에 대한 부분이었죠.
가족이란...
무조건적인 사랑의 대상은
솔직히 아니잖아요.
(그런 분들도 계시겠지만..)
가족이 준 상처를 원망해서
내게 그런 상처를 줬으니
고통을 당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영화 '변산'을 통해 깨달았어요.
선미가 아버지에게 함부로 하는
학수에게 '너도 똑같은 사람이야'라고
말할 때 가슴에 통증을 느꼈습니다.
뭔가 잘못됐었구나..라고...
그리곤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흘러내리더군요.
어떤 사람들은
학수가 아버지를 용서하는 것이
억지스럽다고 평했지만,
정말 말도 안 되게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일순간에 용서할 수도 있는 것이
아이러니한 인생의 한 단면일 때도
있는 거니까요.
똑같이 상처 주는 방법은
자신을 그와 똑같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고 맙니다.
그것처럼 처참한 일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그런 처참한 일을
나 또한 하고 있었구나...
그래서 그렇게 눈물이 났었나 봐요.
고향, 친구, 노을
부르기만 해도 정겨운 그 이름들...
너무 가난해서 보여줄 것이
노을밖엔 없었지만,
그 노을은 빈 하늘을 채워주고,
노을을 바라보는 텅 빈 누군가의
마음도 채워갑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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