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어쩌다 어른'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지대넓얕 팟캐스트에서 목소리로만 익숙했던 채사장이 강연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항상 음모론과 외계인을 좋아하던 채사장이 너무도 진지한 얼굴로 강연을 하고 있으니 좀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최근에 인내심을 갖고 읽어 냈던 '죄와 벌'이 채사장이 최초로 읽은 책이라고 하니 더욱 심장이 뛰었다. 그리고 차근차근 줄거리를 귀에 쏘옥 들어오게 정리를 해주니 다시한번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의 그 감동이 되살아나면서 내 안에서 '죄와 벌'의 내용이 입체적으로 되살아났다. 역시 채사장이군!!
게다가 한때 읽어나가다가 중도에 포기해버린 프리드리히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영원회귀에 대해서 언급을 해주니 내겐 더없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실 '영원회귀'에 대해서 당최 이해를 할 수 없었던 나였기에 니체의 상징적인 단어의 나열이 도저히 문장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채사장은 명료하게 한 마디로 정리를 해주었다. 역시 채사장!!
영원회귀는 끊임없이 이 생이 반복된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사실 엄청 끔찍하고 무섭게 들릴 수도 있으나 니체의 '영원회귀'의 관점은 굉장히 새로운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처럼 내세의 삶을 인정하는 것, 불교의 윤회 - 영원회귀이지만 현세의 나와 다른 나 혹은 다른 생명체로 태어나는 윤회,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무의 관점... 이 세가지는 굉장히 익숙한 개념이다. 하지만 니체의 영원회귀는 지금의 나로 계속 반복해서 같은 삶을 산다는 의미로 굉장히 신선한 개념이지 않은가~!
어쩌면 데자뷰같은 현상이 니체의 영원회귀를 뒷받침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채사장이 '어쩌다 어른'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언급해준 덕분에 수북히 먼지만 쌓인 채 책장에 꽂혀 있던 민음사표 차라투스트라를 읽고 싶은 열정이 되살아났다. 영원회귀의 개념을 이해하고 나니 다소 어렵겠지만 끝까지 읽어 낼 자신이 생긴 것 같다.
집에 가면 자꾸 TV만 붙잡고 TV 좀비가 되버리기 때문에 오늘은 일부러 출근길에 꽤나 무게가 나가는 책을 들고 나가서 퇴근길에 커피전문점에 들러 따땃한 코코아 한 잔 하면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펼쳤다. 오~ 행복한 시간~
단숨에 읽어버리기보단 니체의 생각을 하나하나 잘근잘근 씹어 먹을 생각으로 읽어 나갔다.
정신이상 증세로 세상을 마감한 프리드리히 니체...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니체는 독특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할 정도면 사색... 정말 깊은 사색을 많이 했을 것이다. 생각의 생각에 파묻히고 파묻히다 보면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른 세계 안에서 혼돈이 왔을 것이다. 더 깊이 사색에 빠진 그는 현실로 돌아오기엔 너무도 멀리 가버려 영영 돌아오지 못한 건지도 모른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니체의 독특한 세계의 문장들을 공유할 생각이다. 같이 그의 세계에 빠져 보자~ (현실로 돌아올 수 있을 정도로만!!!)
차라투스트라는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 1, 2, 3부와 최종부 4부로 오늘은 1부의 7장까지 읽고 집으로 돌아왔다.
1부의 앞 장엔 이렇게 쓰여 있다.
- 모든 이를 위한, 그러나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책
(니체는 이런 마음으로 이 책을 썼나보다.)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려 하노라.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그대들은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 차라투스트라가 산에서 내려온 이유는 사람들에게 초인을 가르치기 위해서이다.
그대들은 벌레로부터 인간에 이르는 길을 걸어왔고, 많은 점에 있어서 아직도 벌레다. 일찍이 그대들은 원숭이였고, 지금도 그 어떤 원숭이보다 더 원숭이다.
- 지금도 그 어떤 원숭이보다 더 원숭이다에 한 표를 주고 싶다. 공감 100%
인간은 더러운 강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바다가 되어야 한다. 더러워지지 않으면서 더러운 강물을 받아들이려면.
- 인간은 더러운 강물이고 극복해야 할 그 무엇이다. 그 무엇을 받아들이려면 먼저 바다가 되어야 한다.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에 놓인 밧줄이다.
- 놀랍게도 이 생각은 나와 동일하다. 강동원이 출연했던 '검은 사제들'을 보면서 강렬하게 느꼈던 점이다.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에 놓인 밧줄. 원숭이와 신 사이에 놓인 밧줄. 그 밧줄을 인간은 아슬아슬하게 이쪽 저쪽을 넘나들며 줄타기를 한다. 악마는 인간이 원숭이쪽으로 오도록 '넌 절대 신이 될 수 없어. 넌 원숭이야.'라며 계속해서 인간 속에 내재되어 있는 원숭이를 건들며 원숭이임을 확인시키려 각종 더러움을 내뿜는다.
인간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몰락하는 존재라는 데 있다.
- 몰락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사랑스럽다는 말이 얼핏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이래저래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혹시 이런 의미가 아닐런지...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이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하는데 열정을 쏟았는데, 그것은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은 몰락하는 존재일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고귀한 척 점잔을 빼는 인간들을 경멸하는 데서 나온 생각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인간은 자신 속에 혼돈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슬프다! 인간이 더 이상 별을 낳지 못하는 때가 오겠구나!
슬프다! 자기 자신을 더 이상 경멸할 줄 모르는, 경멸스럽기 그지없는 인간들의 시대가 오고 있다!
- 위의 생각을 하게 만든 또다른 문장이다.
나는 그대들에게 정신의 세 가지 변화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어떻게 하여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는 사자가 되며, 사자는 마침내 아이
가 되는가를.
낙타 - 무거운 짐을 견디는 짐승
사자 - 자유를 쟁취하고 의무 앞에서도 신성하게 아니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를 강탈하는 사자
아이 - 순진무구함이며 망각이고, 새로운 출발, 놀이, 스스로 도는 수레바퀴, 최초의 움직임이며, 성스러운 긍정이 아닌가.
정신은 자신의 의지를 원하고 세계를 상실한 자는 이제 자신의 세계를 되찾는다.
- 자신의 의지... 세계를 상실... 자신의 세계와의 재회... 세계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
이 대지에 절망했던 것은 다름 아닌 몸이었다. 존재의 뱃속이 하는 말을 들은 것은 바로 몸이었다.
그때 몸은 머리를 가지고서, 물론 머리로써만은 아니었지만, 궁극의 벽을 뚫고 저 세계로 넘어가고자 했다.
그러나 저 세계는 인간 앞에 잘 감추어져 있다. 저 탈인간화된 비인간적 세계는 말하자면 천상의 무인 것이다. 그리고 존재의 뱃속은 인
간의 모습으로가 아니라면 결코 인간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이다.
- 존재의 뱃속이 하는 말을 듣는 것은 바로 몸이다. 사실 육체인 몸은 정신만큼 신성시되지 못하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니체는 몸을 주어로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해 나간다. 몸이 머리를 가지고서 저 세계로 넘어가고자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몸에게는 감추어져 있는 비인간적 저
세계를 찾는다는 것이 너무 어렵다. 또한 대조적으로 존재의 뱃속은 몸을 가진 인간에게만 말은 건다는 것이다. 몸이 있어야만 존재의 뱃속
이 하는 말을 느낄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보다 위대한 것은, 믿고 싶지 않겠지만, 그대의 몸이며 그대의 몸이라는 거대한 이성이다. 이 거대한 이성은 자아를 말하지 않고 자아를
행동한다.
자기가 자아에게 말한다. "여기서 고통을 느껴라!" 그러면 자아는 고뇌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이상 고뇌하지 않을 수 있을지를 숙고한다.
바로 그 때문에 자아는 사고해야만 하는 것이다.
창조하는 자기가 스스로 존경과 경멸, 쾌락과 고통을 창조했다. 창조하는 몸이 자신의 의지의 손으로 삼기 위해 정신을 창조했다.
- 몸이 주인공이다. 몸이 정신을 창조했다. 머리에서 번쩍하고 번개가 울렸다. 니체의 사상은 번개다. 나의 굳은 사고를 깨트려줄 번개다.
여기서 자아와 자기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한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많은 생각을 안겨줄 것 같다.
우리가 삶을 사랑하는 것은 삶에 익숙해져서가 아니라 사랑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사랑에는 언제나 약간의 망상이 들어 있다. 그러나 그 망상 속에도 언제나 약간의 이성이 들어 있다.
- 읽은 중에 가장 낭만적인 문장이다. 사랑에 대한 양면성, 이것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이다.
나의 악마를 보았을 때 나는 이 악마가 진지하고 철저하고 깊고 장엄하다는 것을 알았다. 요컨대 그것은 중력의 영이었다.
그리고 이 영으로 인해 모든 사물들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분노함으로써 죽이는 것이 아니라 웃음으로써 죽인다.
자, 이제 중력의 영을 죽이자!
- 니체의 꽤나 유쾌한 면을 엿볼 수 있는 문장이다. 진지하고 무거운 중력의 영, 우리를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그 진지한 무거움을
웃음으로써 죽이자!라고 니체는 말한다. 유쾌하게 웃으면서 중력을 거슬러 가벼워져 보자! 가벼운 춤을 사라락~ 사라락 춰보자!~
다음 장이 기대된다. 이상하게 전엔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지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재밌게 읽혀진다.
보통 사람들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사고를 하는 니체가 무척 궁금해진다. 이 궁금함을 선물해준 채사장에게 고맙다.
앞으로도 우리 영어베이비들과 계속 공유하고 싶다. 그럼 긋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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